푸코의 진자 by 움베르토 에코

개강 이후 과제의 압박덕분에 다 읽는데 한달가까운 시간이 걸려버렸다. 하지만 읽는 순간내내 몰입해서 읽을수 있었다. 그래, 과정이야 어쨋든 재미있었으니 이 책은 정의다.

 

에코의 책은 군대에서 읽은 "장미의 이름으로", 동생이 구입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이후로 세번째 접해본다. 삼세번이란 말이 있듯 이 책에서 에코는 나에게 아무 생각없이 작가 이름만으로 책의 퀄리티를 보장해주는 작가의 반열에 이름을 더했다.

 

중세 십자군 전쟁과 성당기사단의 존재는 언제나 사람의 흥미를 자극하는 존재였다. 신의 이름 아래 성전을 수행한 용맹한 기사들, 그리고 이국의 신비한 문명을 직접 접한 존재, 그리고 드라마틱한 흥망성쇠의 스토리는 서양 오컬트 세계를 논할때 성당기사단이라는 이름을 확고하게 해주었다. 에코는 이 흥미진진한 소재를 2차대전을 거치며 온갖 이데올로기와 혼란이 득세하는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이야기한다.

 

그럼 이 글은 성당기사단이란 소재로 2차대전 종전후의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환상소설인가? 잠깐 yes24에 있는 책 소개글을 인용해보자.

"작자의 해박한 지식과 서양의 각종 비교(秘敎) 집단의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는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코 에코의 두번째 소설. 재기 넘치는 세 출판업자들은 세계 지배를 꿈꾸는 이들이 찾는 지구의 비밀에 관한 암호 메시지에 접한다. 피라미드의 도량형 단위에 감추어져 있는 태양계의 엄청난 비밀, 성당 기사단의 악마적 입문 의례, 중세 이래 번성해 온 온갖 비교.... 이들은 모든 자료를 컴퓨터에 입력, 지적 유희를 즐긴다. 그러나 비밀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실종되고 이들은 위기에 빠지는데.... "

위의 소개글만 읽는 다면 이책이 환상소설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을것이다. 이 소개글은 한편으론 옳지만 한편으론 완벽한 엉터리다. 이를 위해 주인공 카소봉이 성당기사단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접해나가는지 살펴보자.

처음의 주인공은 성당기사단을 주제로한 박사학위 논물을 준비하는 대학생으로 나온다. 그렇기에 그 당시 카소봉의 성당기사단은 갖은 전설과 신비를 거세당하고 확고한 사실만을 기반으로한 십자군 전쟁에 참여했고 그로인해 부를 축척했으며, 하나의 거대서력으로 성장해 영향력을 가졌다가 마침내 제거당해버린 역사적 사실이었을 뿐이다. 그리고 첫번째 전환점, 출판사의 사람과 친분이 생긴 카소봉은 성당기사단의 신비에 관련하여 책을 내려하는, 자신이 성당기사단 비밀문서를 발견했으며 해독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고 우연찮게 그 사람은 다음날 실종되어버린다. 두번째 전환점, 남미에서 알리에와 만남이다. 온갖 은비학에 정통했으며 그럼에도 그들이 주장하는 것들의 허구를 간파할수 있는 객관성을 함께 지니고 있는 마치 생제르맹 백작과도 같은 남자이다. 세번째 전환점, 주인공의 출판사에서 '이시스의 너울'이란 이름의 은비학관련 출판물 시리즈를 계획했고 덕분에 갖은 은비학관련자들과 그들의 원고를 접할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 진다. 그리고 최후의 전환점, 그런 배경-성당기사단에 정통한 주인공, 성당기사단과 과련된 불가사의한 실종의 경험, 생제르맹 백작같은 알리에의 조력, 주위에 쌓인 은비학 관련 원고-을 바탕으로 주인공은 출판사의 동료와 함께 은비학의 역사를 창조하는 장난을 한다.

그 장난은 스스로가 허구라는 것을 명백히 알고 있는 바탕에 이루어진, 은비학-성당기사단에 연관된 수많은 사실과 자료들을 설명가능한 논리하에 정리하는 그들만의 지적유희였다. 그렇기에 그것은 역사적 사실을 완벽히 설명해주는 이론인 동시에 그저 사무실에 박혀있는 편집자들만의 허구일뿐이었다. 그런데 그들만의 이론을 실재로 생각하는 세력이있었고, 그 세력이 풀지못한 비밀을 그들의 이론에서 답을 제시하고 만것이다. 그리하여 벨보는 그들에게 붙잡히고, 카소봉은 그런 벨보를 쫓아간다.

언듯 보면 성당기사단의 유지를 이어받은 실재하는 세력이 존재하는것 같다. 하지만, 그 세력조차 성당기사단의 비밀을 알지 못한다. 주인공의 애인에 의해 가짜임이 밝혀진 밀지에 몰두하고, 서로간에도 의견이 맞지 않으며 오히려 주도권을 잡으려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까지 보여준다. 오히려 진정한 은비학의 진수는 그들이 아니라 주인공들이 창조한 역사쪽이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이는 상황이다.

 

에코 특유의 방대한 인용과 단어 나열의 홍수는 독자가 성당기사단의 신비를 보여줌과 동시에 성당기사단을 칭하는 수많은 이들의 어리석음을 함께 알려준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세력조차 그렇게 이야기된 사실들과 다름아니다. 사로잡은 벨보에게 진실을 듣는것보다 산제물이란 형식에 더 관심을 가진 사람, 생제르맹을 자처하며 연기(혹은 진실?)하다가 누군가 생제르맹을 초혼하려하자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여준 알리에 등등...마지막에 등장하여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은막을 연기하지만, 도저히 그들이 앞서 이야기된 수많은 성당기사단의 후임을 자처한 세력들과의 차이를 발견할수 없으며, 오히려 그들이야 말로 그러한 성당기사단에 현혹된 어리석은 세력의 전형으로 인식되게 된다.

 

에코는 무엇을 이야기 하려 했는것일까. 성당기사단의 신비에 대한 해답? 책에서는 단 한번도 성당기사단의 진정한 목적은 이것이다라고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이러한 이론이면 성당기사단의 행위를 설명할수 있다 선에서 발을 빼고 있다. 오히려 나는 작품의 배경에 주목하고 싶다. 2차 대전이 끝난 이탈리아. 나치즘의 흔적과 시나키즘의 이야기, 자본주의와 노동자 계층의 투쟁등등 갖은 이데올로기가 거쳐갔으며, 유행중이며, 대립한다. 그리고 그러한 이데올로기중 일부는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유희를 위해 소재로 이용하기까지 한다. 수많은 명사들이 심취하여 그야말로 목숨걸고 필사의 노력을 쏟아부은 성당기사단의 비밀과 수많은 이들이 전쟁을 불사하며 주장하는 이데올로기들에서 차이가 무엇이 있을까. 너무 많이 나가버린듯 하지만 나는 이 책안에 들어있는 메세지를 그렇게 이해하고 싶다.

 

잡다한 이야기로, 내가 글을 쓰게 된다면 그 롤모델로 에코를 삼고 싶다. 방대한 지식과 교양을 풀어내지만 결코 그것에 먹히지 않는, 그리고 그 속에 명확한 주제를 지켜나갈수 있는 능력은 그야말로 역대 모든 작가를 통틀어 에코이상의 결과는 없을것이다. 푸코의 진자역시 수많은 자료와 시간축이 꼬여있는 주제때문에 읽기는 힘이들지만, 자료에 접근해간다는 관점에서 책을 읽게 되면 기반에 되는 지식 - 그것을 설명한 다른 여러 의견 - 그리고 에코 자신의 창의적 해석순으로 접근하면서 작가가 의도한 성당기사단이라는 형태로 손쉽게 인도된다. 교양과 기교 모든 부분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 그것이 내가 꿈꾸는 작가의 모습이다.

 

덧, 이전 데스노블 리뷰가 베스트 리뷰로 선정되어 집으로 "피보다 진한"이 배달되었다 한다. 하지만 기숙사 죽돌이 인생이라 아직 책 표지조차 구경못하고 있다. 다음에 읽는책은 그걸로 하고싶었는데...

덧덧, 아쉬운데로 도서관에서 "당신인생의 이야기"를 빌려서 읽고 있다만, 이것 역시 과제러시 덕분에 다 읽는데 얼마나 걸릴지(먼산)


덧글

  • shaind 2008/09/29 15:43 # 답글

    조금 "텍스트를 이용하는" 읽기 방식이긴 하지만, 주인공 중 한명인 야코포 벨보가 컴퓨터에 써 넣어놓은 기록들을 에코의 다른 책인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의 제 4부인 "내 고향 알레산드리아"와 비교해보시면 제법 재미있을 겁니다. 비슷한 관계가 까소봉과 "논문 잘 쓰는 방법"사이에도 존재하고 말이죠. 제가 생각하기에 세 주인공 캐릭터 모두가 움베르토 에코의 자신의 특정 부분들로부터 재구성해 만들어낸 캐릭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 L_Psyfer 2008/09/30 18:59 #

    "세상의 바보들에게~"를 읽은지 오래되서 그렇게까지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확실히 분위기가 닮았었던것 같네요. 집에 내려가면 다시 한번 읽어봐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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