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 출신자의 입장에서 조금 이야기가 하고싶어졌습니다. 잡담

A님 군인은 적한테 무서워도 달려들어야하기때문에 군인의 인권은 필요없다구요?  by 다비 님

사실 덧글로 적고 싶었는데, 길이 길어지는 바람에 트랙백으로 바꾸어 적어봅니다. 시사 문제에 대한 의견은 최대한 피하고, 논쟁의 쟁점이 되는 문제에 대해선 더더욱 그런 입장이지만, 도저히 뭔가를 적지 못하곤 견디지 못할 기분이 되어버려 조금 끄적여 보겠습니다. 전경 출신으로 조금이니마 변명과 저기 전의경 후기들을 위한 변호가 하고싶어졌습니다.

역시 매번 나오는 이야기 지만, 저 당시에는 어쩔수 없다...라고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시위를 막는다는거, 그렇게 만만한 작업이 아닙니다. 그렇기에 같은 부대원들과의 연대감과 상명하복에 대한 체제가 강조될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끊임없이 일부 진짜 해악한 시위에 대한 사례를 보여주며 시위 자체에 대한 인식을 심어넣습니다. 즉, 시위대에 향한 저들의 기본 자세는 그들의 가치관이라기 보단, 전의경 시스템 체계의 오랜 경험이 담긴 효율적인 시위 대처를 위한 마음가짐일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당시 상황만으로 저들을 욕할수 있겠지만, 저들도 전의경제도가 낳은 결과물입니다. 과거 정권의 시위대처랑 진짜 과격했던 시위탓까지 몰고 가지는 않겠지만, 시위 대처를 위한 효율성만 강조된 저들을 행동을 대원 개개인의 탓이라고 몰아붙이진 말아주세요.

그리고, 쉽게 자기가 저 상황이라면 그렇게 까진 안할것이란 이야기도 조금 불편합니다. 역시 매번 나오는 이야기지만 저들도 군인입니다. 기본적으로 행정부 산하의 부대지만, 엄연히 저들도 군법의 영향력 아래에 있습니다. 명령위반으로 잘못찍히면 훈방이 아니라 영창 구경을 해야된다는 겁니다.  안그래도 삭막한 세상에 군생활중 영창딱지 하나가 얼마나 취직같은것에 큰 영향을 줄지 아실거라 생각됩니다. 제가 근무하던 당시에 이 사태가 발생했고, 지금과 같은 광우병과 정부정책에 대한 시선을 가지고 있더라도 저 상황에서 상부에 지시를 어기고 시위대를 향한 진압을 거부할순 없었을거 같습니다. 당장 탈영하고 싶어도 참고, 고참앞에서 쌍욕을 하고 싶어도 참듯이, 아무리 시위대에 공감하더라도 저 상황에선 그 영창과 빨간줄이 두려워서 따를수 밖에 없습니다.

무엇보다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중에 저들도 후회할겁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평택 대추리등에서 난리가 났을때, 직접 시위대와 맞서지는 않았지만, 지원부대로 수없이 끌려갔던 전적이 있습니다. 그당시엔 수없이 시위대에 대한 불평 불만을 되뇌였지만, 공권력에 대한 신뢰로 인해 시위 자체에 대해 아무런 공감을 못했지만 지금 와선 그때의 철없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된건지, 그 당시 시위를 할수 밖에 없었을 주민들의 입장을 생각하지 못한것에 대해서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릅니다.(아, 물론 예나 지금이나 운동권을 싫습니다)

저들의 입장도 좀 이해해 주세요. 그리고 나중에 그들이 그때 자신들의 행동의 의미를 알고, 생각할수 있게 되었을때, 그때 다시 저 청년들을 평가해주세요. 그저 시킨대로 시위를 막았다. 그리고 그게 과잉진압이었다. 그것만으로 저들을 비난하는건, 전경 출신자로서 너무 괴롭고, 저처럼 그때의 행동을 다시 떠올리며 고뇌하게 될 후임들이 너무 안쓰럽습니다.


덧글

  • 네오바람 2008/05/26 19:44 # 답글

    전의경이 그렇게 행동하는건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이젠 전의경 이었기때문에 취업에 불이익을 받는 세상이 올지도 모르겠군요. 지금은 80년대가 아닙니다.
  • L_Psyfer 2008/05/26 20:06 #

    저역시 앞으론 그렇게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더더욱 그들을 마냥 비난하지 말고 이해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 시위를 막은 경험은 절대 그들의 인생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되지 않습니다.
  • 네오바람 2008/05/26 20:29 #

    머리로는 이해하가는데 가슴으로는 이해를 못하겠더라구요 몇대맞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 L_Psyfer 2008/05/26 21:17 #

    사람들이 그들에게 분노를 쏟아내는것...어쩔수 없습니다. 분명히 그건 잘못된 행동이니까요. 지금 일어난 과잉진압에서는 더더욱. 그냥, 머리로 나마 이해해 주시는걸로 충분합니다. 그 이상을 바라는게 오히려 죄스럽군요.
  • 캐시 2008/05/26 23:23 # 답글

    지금 상황에서 그 전경 개개인을 비난하는 사람은 별로 없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구조적 문제니까요.

    그러나, 과연 그것을 구조적 문제라고 돌리고 말수 있는 문제인지는 생각해봐야합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나 위에서 시켰으니까.."라던가 정치인들이 "이 판에서는 어쩔 수 없다."라는 상황논리가 왜 욕을 먹는지 생각해봐야겠죠.. 하지만 동시에 개개인의 비난하는 수준에서 논의가 끝나는 건 아무것도 생산적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군인, 전경이라 해서 그들이 시민이 아닌 것 아니듯이, 그들 역시 자기 자신에 대한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네요. 그들이 나중에 상처받을게 아쉽습니다.
  • L_Psyfer 2008/05/26 23:41 #

    캐시님의 말씀대로의 분위기였다면 전 지금까지와 마찮가지로 침묵했을겁니다. 그런데, 일부 글에서는 그 비난이 전경들에게 집중되고 있었습니다. 폭력진압에 대한 비난에는 전혀 변호할생각이 없지만, 그 비난의 대상이 전의경이 되는 모습은 좀 잠시나마 전경근무를 한 입장에서는 많이 아프더군요.

    군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때, 갈수록 한때 시위대치의 전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꺼낼기 힘들어집니다. 그나마 일부 집단과 대치였던 저에 비해 전국민의 의지가 모인 현 상황에서의 그들은 저보다 더욱 이야기하기 힘들겠지요. 그게 제일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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